히스테리안 출판사는 독자적인 플랫폼과 강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짤막한 토막 이야기 4편: 히스테리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줄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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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에는 어떤 등장인물도 없으며, 배경도 서사가 없습니다. 무언가 입으로 입으로 전해졌던 흥얼거리는 소리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꿈을 꿨는데 도저히 꿈이 생각나진 않지만, 꿈에서 느꼈던 기분이 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같은 겁니다. 꿈의 내용은 생각나진 않는데, 무언가 재밌었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느낌말입니다.
저는 이야기가 전래되어 '믿음'으로 형성되는 그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사람들이 믿고자 하는 어떤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이야기 안에 무언가가 숨어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럴듯하고 그럴싸한 이야기가 어떤 힘을 가질지 궁금했습니다. 그 힘은 삶의 지혜를 만들고 '옳다쿠나' 맞아 떨어지는 신묘한 힘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이 요상한 이야기를 종처럼 잡을 수 없습니다. 시간을 초월하며 현재와는 엇먹기를 작정합니다. 추상의 영역에 있는 이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작년부터 함께해온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3월 1일날 뭐하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요상한 단서를 동봉한 초대장을 보내드립니다. 숨어있는 이야기(伸)를 찾기 위한 작은 시도로 말입니다. 다가오는 삼일절, 그렇게 함께하는 연화, 인현과 역사와 시간의 지층을 감각하기 위해 걷기로 합니다.
* 초대장 디자인은 동학농민운동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던 ‘사발통문沙鉢通文’에서 착안하였으며 이 착안의 배경에는 24년도에 발표한 손혜림 클럽원의 가장 오래된 하부미디어인 '신명', '풍류', 한'의 글에서부터 왔습니다.
"동학농민운동의 대표적 미디어로 『사발통문』 외에 괘서掛書, 참요讖謠를 들 수 있다. ‘괘서’는 후에 1980년대 민중미술의 걸개그림과도 엇비슷한 측면을 가진다. 마을 벽체와 같은 공공장소에 붙이거나 장대에 거는 방식으로 출몰하는 게릴라식 괘서는 지배층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1893년만 하더라도 일본 공사관 등을 포함해 제도적 비판이 담긴 4종의 괘서가 붙었다. 가볍고 빠르게 생산되는 『사발통문』은 편지이자 동학군의 선언문이었고, 동시에 신문이라는 미디어로 기능했다." 손혜림, <회절하고 저항하는 미디어>(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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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스테리안은 시각연구모임이자 출판공동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주제에 따라 기획자, 예술가, 연구자들이 모여 주제 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짓습니다. 24년부터 '숨은O'을 주제로 한국의 미의식, 한과 애도, 기획된 (민족) 정체성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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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소문 성지에서 출발해서 탑골공원까지 걷습니다. 이 경험의 각인이 미약할지, 강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마다 격차가 있을 겁니다.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펼쳐진 독립운동을 함께 소환합니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선언을 통해 부르던 한국은 도대체 무엇이 었을까요? 함께 걷기를 약속한 이들은 서로 같은 징표를 옷 한쪽에 붙이고 문장을 듣습니다. 걷습니다. 이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떠올려봅니다. 오롯이 걷는 일이 50분정도 됩니다. 춥고 힘든 일을 일부러하는 이상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3월 1일의 탑골공원은 복잡할 거예요. 광화문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가 대규모로 열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과거를 소환하며, 흐린 눈하고 싶은 현실도 마주해야 합니다. 함께 걷는 날의 경험은 매끄럽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추울수록, 불편하고 이상할수록 기억에 남을 겁니다. 혼자서는 절대 못할 일이고 함께 할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입니다. 엄청난 무엇을 하려 한건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 걷는 경험 이후에 쌓이는 것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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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이 민중들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이들은 때로 오순절 교회의 강력한 번영신학에 휘감겨 치부와 안녕을 꿈꾸는 강력한 현세적 생존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박정희 정권의 개발적 생존주의에 감응되어 반공주의적 국민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쟁주의를 체화한 채 소진된 삶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영토화가 이들의 주체성을 완벽하게 생존주의라는 지층에 가두어 놓지 못한다. 민중은 탈지층화하고, 탈주체화한다.
생존주의의 외부를 찾아나간다. 역설적으로 민중에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이 철학적 성찰을 통해서 생존주의를 이념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휘감은 생존욕망 그 자체가 근원적인 탈주가능성, 탈주체화와 탈영토화의 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 모더니티의 참된 비밀은 사실 박정희 정권이 추진했던 ‘생존주의적 통치성’의 논리나 정주영이 보여준 독특한 ‘자본주의 정신’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민중들이 육성하고 실천하고 보여준 일종의 미지의 생존주의에서 찾아져야 한다. 김홍중, 『서바이벌리스트 모더니티』 88p-92p, 269p-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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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안 출판사는 독자적인 플랫폼과 강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다양한 협업자와의 기술을 통해 예술가의 작품과 전시, 기록과 프로그램까지 기획 및 제작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이야기는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동의 사건에 연루되는 것이 예술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히스테리안과 협업을 원하는 분들은 hysterian.public@gmail.com 로 문의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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