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5편: 히스테리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줄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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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의 제목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G.H.에 따른 수난』에서 한 문장을 빌려왔습니다. 요즘 저는 책 읽기에 대한 부채감이 꽤 깊어지고 있었어요. 그 부채감이 쌓일수록 읽는 재미도 함께 사라지더라고요. 사무실에선 종일 누군가의 원고를 읽고 편집하거나, 그 이야기를 홍보하기 위한 글만 쓰다 보니, 정작 제 방식으로 책을 읽는 시간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밤이 되면 침대에 누워 릴스나 유튜브를 보다가 하루를 끝내버리는 날들이 반복됐고요. 그럴수록 '읽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의 짐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저와 달리 편집자 병우님은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책을 읽고 계셨죠. 그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어요. 읽기 역시도 훈련인 것인데, 자꾸 취향이나 컨디션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요...ㅠ 게다가 북페어에 가서 평소 관심 있던 작가님들과 출판사들을 만나면 반갑고 설레는 마음에 책을 잔뜩 사 들고 오는데, 사놓고 못 읽은 책들이 쌓여가니 그 부담감도 함께 커져만 갔습니다. 뭔가 길을 잃은 느낌이었어요. 읽기가 어려워지니 자연스럽게 쓰기도 힘들어지더라고요. 게다가 요즘 앞두고 있는 하반기 작업은, 노드 트리 작가님과의 신작 영상 텍스트 작업, 기록집, 하반기에 진행할 전시 협력 등이 겹치면서 여러모로 우울감이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읽기도, 쓰기도 어려워지고 온전한 독서의 시간이 그리워지던 찰나, 최근 데니스 존슨의 『예수의 아들』과 리스펙토르의 글을 다시 읽으면서 침대맡의 평온함을 되찾았습니다. 서사의 개연성에 얽매이지 않고, 진짜 써야 할 것을 향해 거두절미하고 밀고 나가는 문장들, 그 쓰기를 이끄는 힘 자체가 그리웠다는 걸 이 책들을 읽으며 다시 알게 됐어요. 오랜만에 읽는 즐거움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다 읽기의 즐거움이란 대체 무엇인가 생각하다 보니, 이 질문 자체에 어떤 반동감이 생겼습니다. 이야기의 의미와 서사가 매끄럽게 연결되고, 윤리적이고 착한 화자가 만들어내는 세계관이 주는 평안함도 있지만, 때로는 그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진짜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을 쓴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그 물음이 주는 이질감, 그리고 그 낯섦이 품고 있는 쓰기의 매력을 저는 더 탐닉하고 싶어졌어요.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큰 범위일 때, 그 범위를 내가 아는 선상에서 정한다면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
낯섦을 야성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와, 한편으론 보편적인 개연성과 친절하고 편안한 이야기가 더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계산 사이에서,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까 갈등과 의심을 배회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 낯선 읽기에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읽기의 즐거움과 괴로움 사이에서, 낯설지만 아름다운 책을 열심히 만들어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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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24년 오픈콜 이후, 책으로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책이 나오는 날, 기이한 꿈을 꾸며 꿈 이야기와 함께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너무 쉽지 않아서인지 책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후련합니다. 오컬트 책일지, 샤머니즘 책일지, 전통에 관한 책일지, 종교책인지 여러 궁금증을 주는 책인만큼 이 책이 가진 의미는 이제 제 손을 벗어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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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안의 첫 번역서인 『나도 나그네』도 거의 막바지 작업에 이르렀습니다. 판권을 수입한 외서인 경우에는 원서 출판사, 저자와 함께 번역 과정을 꼼꼼히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는데요. 그 사이에서 에이전시가 매개 역할을 합니다. 출판 에이전시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요, 몇 번의 검수 과정을 거치면서 원고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책을 글로 소개하기보다,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줄 영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4년에 개봉한 〈박치기!〉는 저도 잘 모르는 영화였습니다. 박치기라고 하면 김일 선수의 박치기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 역시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는 문화 코드이기도 합니다. 『나도 나그네』는 1930년대부터 1990년대~2000년대 초까지, 한일을 경유한 문화 코드가 자주 드러납니다. 그 세대를 겪지 않은 이로서는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죠. 인터뷰와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코드를 모르면 맥락이 전혀 잡히지 않아, 동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문화'라는 것이 굉장히 낯선 언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나 책, 텍스트를 통해 전달되는 묘한 이미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을 풍깁니다. 영화에서 금지곡 '임진강'을 부르는 장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지금도 여전히, 빨갱이, 친일, 색깔론으로 편을 가르는 정치 혐오가 비일비재하죠. 언어를 번역하듯, 세대와 세대를 잇는 문화 역시 번역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로, 어쩐지 예스럽게 느껴지는—오늘날이라면 노마드라고 부를 수도 있을—'나그네'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 또한, 하나의 문화적 코드일까요? 그 간극은 무엇이고 간극을 어떻게 매개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시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코드로 '문화 코드'를 호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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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소설, 이인현 작가의 『호경』 또한 번역에 관한 이야기 일수도 있겠네요. 지난해 이인현 작가는 초기 치매 당사자와의 만남을 통해 언어와 돌봄, 기억, 그리고 문학을 경유하며 서로에게 닿아간 애정의 시간을 담았습니다. 기억을 잃는 자와 어떤 기억이든 '기억하고자' 하는 이와의 만남 자체가 이 책이 지닌 필연성을 주기도 하는데요. 출간 전 출간 노트를 미리 홈페이지 내 '인쇄소'에서 소개합니다. 이인현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과정과 책의 목차의 흐름을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 촬영 | 황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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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동시대를 포착하는 사람들 '히스터스' 멤버십
히스터스, 넓고 다양한 사유를 위하여
꾸준히 함께 읽고 쓰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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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안 '백소망' 님의 글을 공유드립니다. 문화예술계는 지원과 후원 사이, 자본과 비자본 사이의 좁은 생태계라는 한계를 여전히 안고 있으며, 2026년 상반기에는 문화예술계 기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이에 관한 현재 상황을 짚은, 비평가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는 백소망 님의 글을 공유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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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안 출판사는 독자적인 플랫폼과 강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다양한 협업자와의 기술을 통해 예술가의 작품과 전시, 기록과 프로그램까지 기획 및 제작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이야기는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동의 사건에 연루되는 것이 예술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히스테리안과 협업을 원하는 분들은 hysterian.public@gmail.com 로 문의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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