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히스테리안 출판사 기획자 정아입니다.
모두 바쁘신 연말을 보내고 있으실까요? 바쁘다는 의미가 일을 하기 위해 쓰이는 시간과 강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쁜 마음이 들게 하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히스테리안도 마음 바쁜 일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단체의 지속성과 독자적인 콘텐츠 개발입니다. 콘텐츠의 성격은 전시, 출판, 강좌, 세미나 등의 다양한 형태일 수도 있겠지만, 올해 히스테리안이 고민한 것은 어떻게 지속적으로 동일한 퀄리티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생산된 콘텐츠를 다양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 의미는 예술을 '상품화'하고 싶다는 욕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예술 '노동'이 노동의 가치로 인정되고 자본과 밀접하게 연결되기를 바라는 욕구이기도 합니다.
저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예술노동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이 세미나는 서울문화재단의 거버넌스 기구 중 하나였던(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서 진행했습니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기관-행정-현장의 의사소통 구조의 다양성 확보와 참여의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여타 사업과 마찬가지로 정책 기조나 단체의 장, 사람이 바뀌면서 그 기능이 점차 잃어갔습니다.
예술노동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지만, 시스템이 빠지니 '노동' 자체가 성립될 수 없었죠. 예술 노동은 시간과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일'을 제작하기에, 이 가치를 교환해야 하는 문제에서 자꾸 미끌어지는 거죠. 저는 그것이 예술 '노동'의 한계라는 생각했습니다. 시스템에 포착될 수 없는 노동이기에 보이지도 않고 드러나지도 않구나, 그래서 사회-시스템이 (예술) 노동을 증명하는 거라고 말이죠.
히스테리안이 '노동'을 증명하려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상을 지켜낼 체력과 자존감을 다치지 않을만큼의 물질이 있어야 합니다. 히스테리안에게 '예술 노동'은 기술입니다.
예술 노동을 하는 행위자는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개발하는 '기술'이 있으며 그 기술은 고유한 자기 세계를 탐색하는 중요한 '일'의 도구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워킹클럽에 삶을 위한 예술의 기술을 소개할 '김샨탈' 작가님은 시각예술가이자 번역가, 문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연화' 문화 기획자는 여러 기관에서 학예 인력,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워킹클럽은 예술 노동자로서 삶과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문화예술 인사들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기술'의 쓰임에 대해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히스테리안에게 문의주세요.
떠돌이 삶과 공기처럼 가벼운 직업이라는 천국의 유혹은 당연히 슬픈 종말을 맞아야만 한다. 존재하지 않는 숲, 읽을 수 없는 문자, 모델이 없는 이미지를 너에게 만들어줄게. 언제나 새처럼 허공에 떠 있어. 태양에 취하지. 수다스럽고, 텅 빈 아파트의 사방팔방에서 노래해. 호화 저택에서 다락방으로, 또 시골에서 도시로 오가고. 내일 어디에서 일하게 될지를 오늘은 몰라. 언제나 새로운 동료들과 새 인물들이 있어. 도처에서 신참들이 오지. 성밖지대 어디서나 한상 차려주고. 층마다 다 아는 이들. 그러니 언제나 좋은 하루. 떠돌이 삶과 공기처럼 가벼운 직업이라는 천국의 유혹은 당연히 슬픈 종말을 맞아야만 한다.*
자크 랑시에르,『프롤레타리아의 밤』,문학동네, 2021, 21쪽.
“우리는 이 혁명을 지지해야 한다. 우리가 속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변화의 초석을 닦아야 한다.
이 행동은 미술이 자본주의로부터 완전한 결별함을 뜻한다.
_어느 미술노동자”**
줄리아 브라리언,『미술노동자: 급진적 실천과 딜레마』,열화당, 2021, 들어가며15쪽.
서울청년예술인회의 기고문 <나의 일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21.07.28)